한국을 대표하는 건축잡지 '월간 SPACE'의 웹진(vmspace.com)에 별집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단순한 잡지가 아니기에 웹진 VMSPACE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너무나 설렜습니다. 한껏 들뜬 나머지 기자님의 질문에 서툴게 답변했는데 이를 멋지게 정돈해  주신 최은화 기자님에게 감사 인사 드립니다. ꔷ̑◡ꔷ̑


☆ 월간 「SPACE」는 1966년 11월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문화운동가 고 김수근 선생이 건축, 도시, 연극 등 예술을 주제로 창간한 잡지입니다. 2017년 11월 통권 600호를 발행한 「SPACE」는 한국 건축 문화예술계의 가장 오래된 저널 중 하나로, 한국 현대 건축문화사의 발자취이자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출처] 월간 SPACE_ARCHIVE




‘부동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사무실 한 쪽 벽을 차지하는 동네 지도, 종이컵과 믹스 커피, 검은색 가죽 소파, 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운영된 동네 사랑방.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위치는 건물 1층. 그런데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먼 부동산이 있다. 이름은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 사무실은 아파트가 즐비한 주거 지역이 아닌 작은 공장들로 빼곡한 공업 지역에 위치하고, 심지어 1층도 아닌 6층에 있다. 사무실에는 크게 출력된 동네 지도 대신 어떤 지역도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 화면이, 푹신한 소파대신 사무실 책상이 있다. 남다른 구석이 있는, 이름처럼 조금은 별난 부동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최은화(최):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별집)는 일반 부동산이랑은 많이 달라요.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위치 기반이죠. 사무실이 위치한 동네의 매물을 중개해요. 반면에 별집은 아이템 기반이에요. 전국 곳곳에 있는 공간들 중 에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 특색 있는 공간,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간 등을 큐레이팅해서 중개하고 있어요. 이 공간들은 어떤 방법으로 발굴하시나요?

전명희(전): 건축가들 작업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요. 주로 SNS랑 웹사이트를 이용해요. 요즘에는 SNS에 본인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의 진행 상황이나 과정을 그때 그때 업로드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살펴요. 예를 들어서 어느 프로젝트가 비계를 터는 시점에 있으면 ‘이제 슬슬 연락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식이죠. 그리고 꼭 근작이 아니더라도 이전에 작업했던 것들도 찾아봐요. 

 

최: 주거공간부터 상업공간까지 다양한 공간을 다루고 있는데, 선정 기준이 있나요?

전: 명료하게 대답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웃음) 별집의 가장 처음 목적은 다양한 공간을 소개하는 것이었어요. 공간이 가진 고유한 구조와 이야기가 있는 매물을 찾으려고 해요. 오래되었더라도 말이에요. 이제까지는 주로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을 중개해왔어요. 건축가가 지은 공간은 조금 더 다양성이 보장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최근에는 오래된 아파트나 구조가 독특한 주택, 한옥 등 건축가가 설계하지 않은 공간들도 조금씩 다루고 있어요.

 

최: 웬만한 건축 매체보다 아이템 조사를 더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웃음) 공간을 찾은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전: 예전보다 SNS, 웹사이트가 활발해지면서 많은 정보들이 빠르게 공유되기는 하지만 정확한 지번 주소까지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러면 저는 그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쨌든 건축가에게 연락을 해야 해요. 감사하게도 건축가들이 별집의 취지를 좋게 생각해서 건축주를 연결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매물을 확보하는 루트가 있고, 또 하나의 루트는 온라인 상에 업로드된 사진을 유심히 보면서 주소를 추적하는 방법이 있어요. 보통 뒷배경으로 걸린 간판이 타깃이 되죠. 그 주소로 우편물을 보내서 직접 건축주와 연결을 시도하기도 해요.


최: 임대인인 건축주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네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죠?

전: 매물을 확보하는 과정부터 일반 부동산에 비해 품이 많이 들죠. 그 다음으로는 웹사이트에 올릴 사진과 글을 준비해요. 저는 ‘취재한다’고 표현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임대주택 하나를 취재한다고 하면 보통 4~5세대를 한꺼번에 매물로 다루게 돼요. 공간에 대한 소개를 더 잘 하기 위해서 임대인에게 자세한 이야기도 듣고 한 집, 한 집 사진 찍다 보면 한 두시간은 훌쩍 가더라고요.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사진을 보정하고 원고를 작성해요.

 

최: 기획, 조사, 취재, 사진, 원고까지… 올라운더이시군요! 혼자서 다 하세요?

전: 끝이 아니에요. 발행, 중개까지 있어요. (웃음) 주말이나 휴가도 의미가 없어요. 하루만 사는 사람처럼 그날 그날 스케줄을 짜서 일하고 있어요. 주로 낮에는 돌아다니고 밤에는 밀린 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원고를 쓰는 등의 데스크 업무를 봐요. 만약 제가 이 일에 재미를 못 느꼈으면 진작에 나가 떨어졌을 것 같아요. 별집 서비스를 좋아해주시는 분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지치지 않고 하고 있어요. 그래도 혼자 하기에는 힘이 부치기도 하고, 매물을 더 많이 빨리 올리고 싶어서 최근에 직원을 2명 뽑았어요.

 

최: 회사를 이끄는 대표님이 되셨군요. 

전: 저희끼리 답사도 주기적으로 해보자고 ‘답사 데이’도 만들었는데 실천은 쉽지 않네요. 이제까지 별집이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을 주로 소개하다 보니 ‘건축가가 지은 집만 소개하는 부동산’이라고 아는 분들도 계시는데 별집은 ‘건축가 없는 건축’도 소개하려고 해요. 저희의 목표는 최대한 다양한 공간을 소개하는 것이거든요. 특히 구옥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신혼부부가 살기에 적합한 크기에, 가격도 합리적이고,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리모델링을 하고 들어가면 딱인 그런 집들이요. 매물만 확보되면 찾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구옥은 직접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찾을 수 있어요. 혼자서 할 때는 도저히 시간이 안 났는데 앞으로 조금씩 할 수 있겠죠.


최: 최근에 웹사이트에 ‘완공 예정’ 카테고리도 새로 생기고 변화가 있던 걸요.

전: 처음 별집을 시작할 때, 매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에까지 3년 정도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지금 사실 3년이 다 되어가요. 벌써 이렇게 됐네요. (웃음) 색다른 공간을 기대하고 별집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매물을 많이 확보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요. 공간을 미리 볼 수 있는 ‘완공 예정’ 카테고리도 그 중 하나고요. 매물이 어느 정도 늘어나면 카테고리화해서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조금만 손 봐서 사용하면 괜찮을 구옥,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5층 미만의 저층형 아파트, 세컨드 하우스 등이요. 갯수로 따지자면 매물을 100개는 확보하는 게 목표에요. 그 중에 바로 거래가 가능한 매물은 50개면 좋겠어요. 그러면 진짜 좋겠어요. (웃음)

 

최: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이 있나요? 주로 어떤 분들이 별집을 찾아 오나요?

전: 건축가가 설계한 임대주택들이 대부분 원룸이다 보니, 별집에서 중개하는 매물도 원룸과 투룸의 비중이 가장 높아요. 주 고객층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많고요. 남녀 성비는 거의 같고, 직업군은 에디터,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개발자, 학생 등으로 다양해요. 최근에는 전월세 매물 말고도 매매 매물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연령층이 높은 손님도 찾아오고 있어요.

 

최: 기억에 남는 임차인이 있으신가요?

전: 에어비앤비를 돌아다니면서 노마드 생활을 하다가 별집 매물 중 하나에 정착한 분도 기억나고, 주거 목적보다는 영상 촬영을 위해 감성적인 집을 찾았던 분도 계셨어요. 50년된 아파트를 매수한 부부도 떠오르고, 별집에서 거래한 다음 회사 동료들에게 홍보한다며 본인 모니터에 저희 웹사이트를 띄우고 다 불러 모아서 소개한 분도 기억나요. 최근에는 책 5,000권 이상을 보유한 분도 찾아오셨어요. 가끔 집으로 초대를 받기도 해서 단순히 중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어요.


최: 세상은 넓고 집은 많은데 ‘내 집’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 많고 많은 집 중에 나에게 꼭 맞는 집을 찾는 팁이 있을까요?

전: 보통 집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공통된 요소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 요소마다 마치 정답인 듯 정해진 답이 있어요. 예를 들어 향은 무조건 남향이어야 하고, 지하철역은 가까울수록 좋고, 1층은 기피해야하는 층이라고 생각하죠. 너무 평준화되어 있어요.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떠올리면서 우선 순위를 정했으면 좋겠어요. 포기할 수 없는 요소들을 추려보는 연습을 해보길 추천해요. 예를 들면 면적, 채광, 환기, 방향, 단열, 방음, 전망, 수납, 방범, 동네, 층, 지하철역까지의 거리, 신축년도, 집의 구조, 외부공간, 동네 중에 자신의 우선순위 세 개를 꼽아보는 거죠.

 

최: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가 정말 대충 살았던 것 같네요. 반성하게 돼요. (웃음)

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희 회장도 완벽하게 자기가 원하는 집은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웃음) 하물며 우리는 집을 짓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지어진 집 중에서 골라야 하잖아요? 그래서 본인의 생활 방식, 루틴에 맞는 공간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게 중요해요. 동시에 포기할 수 있는 것들도 생각해보고요. 그런 감각을 계속해서 키워 나가다 보면 그 경험치가 쌓여서 집을 봤을 때 바로 느낌이 오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에요.

 

최: 요즘 부동산이 정말 뜨거운 감자예요. 집값 상승, 투기 문제가 커져서 계속해서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가 하면, ‘구해줘! 홈즈’, ‘나의 판타집’ 등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주거를 소개하는 움직임이 있어요. 집에 대한 관심이 양 극단으로 발현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대표님은 요즘의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전: 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바라보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굴릴 수 있는 돈이 있으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를 할 수 있죠. 다만 투자를 위한 부동산은 이미 너무 많고 또 잘 운영되고 있잖아요. 굳이 저까지 거기에 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동산이 있고 저런 부동산이 있는 거죠. 저는 사람들에게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전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어느 한 쪽이 우세하다가 갑자기 흐름이 바뀌어서 다른 쪽으로 전복되기 보다는 말이에요. 사람들이 여러 방향을 골고루 바라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최: 마지막으로 별집의 앞으로의 계획을 묻고 싶어요.

전: 아직 갈 길이 먼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당분간은 매물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하려고 해요. 매물 수가 늘어나면 카테고리화도 하고 싶고요. 그리고 건축가, 건축주(임대인), 세입자(임차인)을 인터뷰해서 계속해서 관계를 쌓아가고 싶어요. 작은 소모임이나 집과 공간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분들을 만나는 활동도 지속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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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최은화 기자

월간 SPACE에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  월간 SPACE

발행일  20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