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의 건축 정처 없이 구불구불한 서촌 골목길을 유랑하던 어느 날, 땀이 좀 난다 싶더니 제 발걸음은 수성동 계곡 입구를 향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산책의 끝이 보일 때쯤 - 누군가 보상이라도 하듯 - 눈앞에 시간을 머금은 벽돌 건물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무심한 듯 반듯하게 쌓인 붉은 벽돌, 규칙적으로 배열된 창, 그리고 골목과 맞닿아 놓인 벤치. 온 신경이 그 건물로 쏠렸어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란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그땐 수개월 후에 제가 이 건물을 중개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다시 만난 '백년양옥'은 세월을 견딘 재료와 새로 더해진 요소가 만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내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있었습니다. 새로 설치된 발코니와 캐노피가 공간에 산뜻한 변화를 주며, 옛 건물이 지닌 무게와 균형을 이루고 있었어요. 실내로 들어서면 공간의 매력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출입문을 열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 바닥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다음으로 시선이 향하는 곳은 노출 천장. 흰 벽과 대비되는 짙은 톤의 목재 천장이 공간에 깊이감을 더합니다.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진 길쭉한 창들은 바깥 풍경과 빛을 받아들이며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연출해요.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벽 속에서 드러난 자연 암반입니다. 오랜 세월 건물을 지탱해 온 이 요소를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 이 건물이 걸어온 시간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매끈한 흰 벽과 거친 암석의 표면이 나란히 놓인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저는 영화 <접속>(1997)이 떠올랐는데요. 서로의 얼굴조차 모른 채 음악 한 곡으로 마음을 나누던 두 인물처럼, 이 건물도 오래된 흔적과 새로운 감각이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부의 구성은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긴 복도형 구조예요(화장실은 실 내부에 있습니다).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있지만 그렇기에 더 조용하답니다. 집중과 사색이 필요한 분들은 이곳을 눈여겨 봐주세요. 편집숍, 쇼룸, 공방, 작업실 등 주거 지역에 소음을 유발하지 않는 업종이라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 일제강점기 때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3층짜리 연와조 건물(백년양옥)을 리모델링했습니다. ☆ 1번 사진에 사다리와 짐이 있었는데 AI를 활용해 깨끗하게 지웠습니다. |
접속의 건축 정처 없이 구불구불한 서촌 골목길을 유랑하던 어느 날, 땀이 좀 난다 싶더니 제 발걸음은 수성동 계곡 입구를 향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산책의 끝이 보일 때쯤 - 누군가 보상이라도 하듯 - 눈앞에 시간을 머금은 벽돌 건물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무심한 듯 반듯하게 쌓인 붉은 벽돌, 규칙적으로 배열된 창, 그리고 골목과 맞닿아 놓인 벤치. 온 신경이 그 건물로 쏠렸어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란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그땐 수개월 후에 제가 이 건물을 중개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다시 만난 '백년양옥'은 세월을 견딘 재료와 새로 더해진 요소가 만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내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있었습니다. 새로 설치된 발코니와 캐노피가 공간에 산뜻한 변화를 주며, 옛 건물이 지닌 무게와 균형을 이루고 있었어요. 실내로 들어서면 공간의 매력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출입문을 열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 바닥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다음으로 시선이 향하는 곳은 노출 천장. 흰 벽과 대비되는 짙은 톤의 목재 천장이 공간에 깊이감을 더합니다.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진 길쭉한 창들은 바깥 풍경과 빛을 받아들이며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연출해요.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벽 속에서 드러난 자연 암반입니다. 오랜 세월 건물을 지탱해 온 이 요소를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 이 건물이 걸어온 시간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매끈한 흰 벽과 거친 암석의 표면이 나란히 놓인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저는 영화 <접속>(1997)이 떠올랐는데요. 서로의 얼굴조차 모른 채 음악 한 곡으로 마음을 나누던 두 인물처럼, 이 건물도 오래된 흔적과 새로운 감각이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부의 구성은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긴 복도형 구조예요(화장실은 실 내부에 있습니다).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있지만 그렇기에 더 조용하답니다. 집중과 사색이 필요한 분들은 이곳을 눈여겨 봐주세요. 편집숍, 쇼룸, 공방, 작업실 등 주거 지역에 소음을 유발하지 않는 업종이라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 일제강점기 때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3층짜리 연와조 건물(백년양옥)을 리모델링했습니다. ☆ 1번 사진에 사다리와 짐이 있었는데 AI를 활용해 깨끗하게 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