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곳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집
가끔 노래의 도입부만 몇 초 들었을 뿐인데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버릴 때가 있습니다.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아주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을 하게 만드는 노래. 그 예감은 결코 틀리는 법이 없어서 노래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 한 곡이 추가됩니다. 이천의 한옥집은 그런 노래와도 닮았습니다. 저는 돌담 사이의 대문을 통과하자마자 이 집을 좋아하게 될 거란 걸 직감했어요. 남북 방향으로 긴 형태의 대지에 ㄱ자로 놓인 한옥집은 마치 양지바른 곳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같았습니다.
이 집을 안내하는 집사인 양 정원과 집을 가로질러 놓인 디딤돌을 따라 한발 한발 들여놓다 보면 어느새 현관 앞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서까래가 노출된 주방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호들갑 떨지 않으려 했건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모습에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 않더군요. 주방 삼면에는 액자 같은 수평 띠창이 있어 어느 방향에서든 자연의 풍취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일부러 고재를 수급해 필요한 곳에 구조 보강을 했고, 예전 사롱창*을 살려 심미적 기능을 더했습니다.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된 문을 통해 텃밭과 장독대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어요. 뜬금없지만 저는 뒷마당이 꽤 프라이빗하게 느껴져서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야외 욕조를 두면 어떨까 하는 상상까지 해봤습니다.
*채광과 환기용으로 가는 나무 살을 세워 댄 창
현관문 우측의 통로 공간을 지나면 거실이 나타납니다. 이 거실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방을, 뒤쪽에는 화장실과 다용도실을 배치했습니다. 원래는 방이 세 개였는데 그중 방 두 개를 하나로 터서 큰 방으로 만들었어요. 살대무늬가 멋진 큰 방과 작은 방의 목재 창은 소유자가 몇 년의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것들이라고 해요. '한옥집=추운집'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해 보수 시 단열에 특히 더 신경을 썼습니다. 외풍이 들어오지 않도록 유리창을 이중으로 쓰고, 여닫이 창과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창을 두었어요. 이 미닫이창을 닫으면 창호지를 투과한 은은한 빛이 금새 실내 분위기를 차분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줍니다. 큰 방의 창으로는 뒷마당이 보이고, 작은방과 거실의 정남향 창으로는 너른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각 창 너머에 무언가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이 한옥에 거주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소유자는 나무와 한지가 여름에는 습기를 머금어 집안을 습하지 않게 해주고, 겨울에는 습기를 내뱉어 건조하지 않게 해주는 점이 여전히 고맙고 놀랍다고 해요. ˙ᵕ˙
상봉리 한옥집은 예전부터 쭉 알아온 장소같이 친밀감이 있고 아담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입니다. 또한 세월이 자아내는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과 느긋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참 매력적인 집입니다. 한옥집에 대한 로망일 수도 있지만 이런 집이라면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로 말이죠! 연면적이 83.4㎡(25평)니까 2~3인 가구에게 적합한 크기입니다. 설성리에는 초등학교 2개와 중·고등학교가 각 1개씩 있고, 한옥집이 위치한 상봉4리에는 현재 약 21가구가 거주 중입니다. 마을의 집들은 너무 옹기종기 붙어 있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어요. 외지인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는 마을이라 전원생활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올해 개통하는 가남역은 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고, 5분 거리에 하나로마트가 있습니다.
☆ 2012년도에 문화재 수리 장인에게 의뢰해 집 전체를 보수/복원했습니다.
☆ 대들보에 적힌 상량일자에 따르면 이 한옥집은 1957년도(단기 4290년 정유 3월 28일)에 지어졌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집
가끔 노래의 도입부만 몇 초 들었을 뿐인데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버릴 때가 있습니다.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아주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을 하게 만드는 노래. 그 예감은 결코 틀리는 법이 없어서 노래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 한 곡이 추가됩니다. 이천의 한옥집은 그런 노래와도 닮았습니다. 저는 돌담 사이의 대문을 통과하자마자 이 집을 좋아하게 될 거란 걸 직감했어요. 남북 방향으로 긴 형태의 대지에 ㄱ자로 놓인 한옥집은 마치 양지바른 곳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같았습니다.
이 집을 안내하는 집사인 양 정원과 집을 가로질러 놓인 디딤돌을 따라 한발 한발 들여놓다 보면 어느새 현관 앞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서까래가 노출된 주방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호들갑 떨지 않으려 했건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모습에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 않더군요. 주방 삼면에는 액자 같은 수평 띠창이 있어 어느 방향에서든 자연의 풍취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일부러 고재를 수급해 필요한 곳에 구조 보강을 했고, 예전 사롱창*을 살려 심미적 기능을 더했습니다.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된 문을 통해 텃밭과 장독대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어요. 뜬금없지만 저는 뒷마당이 꽤 프라이빗하게 느껴져서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야외 욕조를 두면 어떨까 하는 상상까지 해봤습니다.
*채광과 환기용으로 가는 나무 살을 세워 댄 창
현관문 우측의 통로 공간을 지나면 거실이 나타납니다. 이 거실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방을, 뒤쪽에는 화장실과 다용도실을 배치했습니다. 원래는 방이 세 개였는데 그중 방 두 개를 하나로 터서 큰 방으로 만들었어요. 살대무늬가 멋진 큰 방과 작은 방의 목재 창은 소유자가 몇 년의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것들이라고 해요. '한옥집=추운집'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해 보수 시 단열에 특히 더 신경을 썼습니다. 외풍이 들어오지 않도록 유리창을 이중으로 쓰고, 여닫이 창과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창을 두었어요. 이 미닫이창을 닫으면 창호지를 투과한 은은한 빛이 금새 실내 분위기를 차분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줍니다. 큰 방의 창으로는 뒷마당이 보이고, 작은방과 거실의 정남향 창으로는 너른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각 창 너머에 무언가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이 한옥에 거주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소유자는 나무와 한지가 여름에는 습기를 머금어 집안을 습하지 않게 해주고, 겨울에는 습기를 내뱉어 건조하지 않게 해주는 점이 여전히 고맙고 놀랍다고 해요. ˙ᵕ˙
상봉리 한옥집은 예전부터 쭉 알아온 장소같이 친밀감이 있고 아담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입니다. 또한 세월이 자아내는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과 느긋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참 매력적인 집입니다. 한옥집에 대한 로망일 수도 있지만 이런 집이라면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로 말이죠! 연면적이 83.4㎡(25평)니까 2~3인 가구에게 적합한 크기입니다. 설성리에는 초등학교 2개와 중·고등학교가 각 1개씩 있고, 한옥집이 위치한 상봉4리에는 현재 약 21가구가 거주 중입니다. 마을의 집들은 너무 옹기종기 붙어 있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어요. 외지인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는 마을이라 전원생활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올해 개통하는 가남역은 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고, 5분 거리에 하나로마트가 있습니다.
☆ 2012년도에 문화재 수리 장인에게 의뢰해 집 전체를 보수/복원했습니다.
☆ 대들보에 적힌 상량일자에 따르면 이 한옥집은 1957년도(단기 4290년 정유 3월 28일)에 지어졌습니다.